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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1 13:45
[법보신문] “평등과 인권 물처럼 흐르는 민주사회 실현이 정토세상”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85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542 [193]

“평등과 인권 물처럼 흐르는 민주사회 실현이 정토세상”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 지선 스님은 불교를 책상물림으로 두지 않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이(理)와 사(事)에 투철한 수행자일 뿐이다. 불교계와 사회로부터 이 시대의 어른으로 두루 존경받는 이유다. 사진=남수연 기자


극명하게 대비되는 양극단의 삶으로 기억되는 스님이 있다.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이다. 스님의 삶은 맑고 고요한 불교수행자로서의 삶과 분단과 독재의 그늘에서 신음했던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을 뚫고 지나간 치열했던 민주투사의 삶이 함께 응축돼 있다. 그래서 스님의 모습은 줄곧 두 가지 시각에서 평가됐다.

고불총림 방장 주석하면서
민주화사업회 이사장 맡아

투철한 출가수행자의 삶과
치열한 민주투사의 삶 공존

5·18 계기 민주화운동 투신
6·10항쟁 신호탄 사자후 주역

1999년 이후 17년 수행전념
지난해 다시 민주화 현장으로

앎과 실천이 투철한 수행자
이 시대 어른으로 존경 받아


그러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력이 스님에게는 온전히 하나의 삶으로 녹아있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고 늘어놓은 설명들이 서로 다르지만 결국 코끼리에 대한 표현이듯이, 조각조각 어느 것 하나 스님의 삶이 아닌 것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조합해야 온전하게 스님의 삶은 드러난다. 어쩌면 불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회자되는 이(理)와 사(事)에 두루 걸림이 없는 삶. 스님의 삶이 바로 그랬다. 

스님의 지난 온 세월에는 이런 삶의 여정이 진하게 배어있다. 스님은 1961년 출가했다. 전남 영광 불갑사, 광주 문빈정사, 제주 관음사, 전남 장성 백양사 주지와 조계종 종정 사서실장, 중앙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회장, 백양사 유나 등을 거쳐 수행의 사표라 할 수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으로 주석하고 있다. 출가수행자로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공동대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공동의장, 6월항쟁계승사업회 대표이사 등 스님의 또 다른 삶의 이력에는 군부독재의 폭압 앞에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투사의 결기가 느껴진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입구에 기록된 역사적인 순간들에 대해 회고하고 있는 지선 스님.


지선 스님은 지난해 6월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추대됐다. 1980년대 인권과 민주주의 현장 한복판에 있었던 스님은 1999년 김대중 정부의 탄생과 함께 산중으로 돌아가 17년을 참선수행으로 일관해 왔다. 두문불출이었다. 고불총림의 방장으로 구름 위를 걷고 속세의 일은 더 이상 묻지 않을 것 같던 스님의 갑작스런 등장은, 그래서 놀라움이었다.

스님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는 스님에게 이사장을 맡아 줄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타종교 지도자들도 찾아왔다. 그러나 스님은 사양했다.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고 산중생활에 익숙해져 원력 또한 무뎌졌다고 설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명을 강행해 버렸다. 이명박 정권시절 강제로 행자부로 편입돼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던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제대로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평범한 수행자의 길을 걷던 스님이 민주화운동에 나선 것은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광주민주항쟁이 계기였다. 오직 광주에 있다는 이유로 계엄군의 총칼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시민들의 분노와 한을 외면할 수 없었다. 독재를 거부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자는 시대의 외침에 침묵할 수 없었다.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승려의 본분이었다. 중생을 외면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보살의 삶이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불교는 그야말로 문자 속에 갇힌 희론(戱論)이 될 뿐이었다. 이후 대학가에서, 거리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지선 스님이 있었다.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며 군부독재의 종식을 알린 1987년 6월10일. 6·10항쟁으로 기록된 그 역사의 현장은 스님에게 특히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5공 정권을 연장하려는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에 맞서, 서울 성공회 성당에서 울려 퍼진 스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들불처럼 번져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보장하는 6·29선언으로 이어졌다. 군사정권의 총칼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했던 국민들은 스님의 양심을 일깨우는 사자후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로부터 꼭 30년. 스님은 6·10항쟁의 그 살 떨리는 현장에서, 이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스러졌던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정의로웠던 삶을 기록하고, 역사에 남기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온전하게 어른으로 남아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과거의 삶이 때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완고한 고집이 되기도 하고, 또는 작은 욕심으로 맑은 삶을 스스로 흐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선 스님의 삶은 드물게 이런 세간의 흐름에서 비켜서 있다. 스님은 여전히 수행자다. 불교를 책상물림으로 두지 않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이(理)와 사(事)에 투철한 수행자일 뿐이다. 불교계와 사회로부터 이 시대의 어른으로 두루 존경받는 이유다.

   
▲ 새해 인터뷰를 위해 법보신문 김형규 대표이사와 이재형 편집국장이 지선 스님을 만났다.

지난해 6월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선임됐습니다. 산중과 도심을 오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스님으로서의 본분만 명확히 알고 있다면 환경의 달라짐은 크게 구애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때로는 정(靜)하고 때로는 동(動)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서야 할지 멈춰야 할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만심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지난 세월 민주화운동을 함께했던 분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지도자들도 있었고, 정부에서도 요구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거절을 했습니다. 현장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됐고, 산중 생활에 익숙해져 간곡히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내 뜻과 전혀 관계없이 덜컥 임명을 해버렸습니다.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하고 더 거절하면 고집세우는 것으로 비춰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힘이 닿는데 까지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맡게 됐습니다.

▲스님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추대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크게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교 색을 드러낼 일도 아닙니다. 다만 지난 세월 불교계의 민주화운동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았다는 의미는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승(僧)과 속(俗)은 둘이 아닙니다.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승려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둘이 아닙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라면 평생의 불교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임기가 3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기동안 어떤 일들을 실행할 계획이십니까.
첫째는 민주시민교육에 전념하는 것이고 둘째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입니다. 지난해 촛불혁명을 통해 비민주적인 정부를 탄핵했지만, 아직도 비민주적인 잔재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에서 지방까지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이 일상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불퇴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도 중요합니다. 지난 정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곱게 보지 않았습니다. 기념사업회를 행정자치부 산하로 강제 편입시켰습니다. 예산도 줄였고 민주화 관련 유적과 단체들도 전국 곳곳으로 분산시켰습니다. 자료들이 산실되기 전에 한데 모아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하고 단체들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민주시민교육을 시키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지난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경제적으로 우리는 세계 10위권 안팎에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경제적 부를 창출했습니다. 그러나 민주의식은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정치권이나 사회지도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갈 길이 멉니다. 시민정신은 훨씬 앞서 가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은 군부독재 시절의 향수에 젖어 민심에 역행을 하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행보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점점이 모인 시간과 공간, 민주화된 시민의식이 더해지면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살아있는 교훈이 됐습니다. 불의한 일들과 비민주적인 세력에 저항하고 투쟁했던 위대한 시민들의 의기가 모인 아름다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촛불 민심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을 놓고 보면 어떻습니까?
평가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과거 적폐 세력이 노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여건들을 감안해 국민들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조금은 참을성 있게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한꺼번에 이런 저런 요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적폐를 청산하기에는 아직 힘에 부칩니다. 촛불혁명을 이뤄냈던 그 정의로운 마음으로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시민교육에 박차…기념관 건립해 정의로운 삶 기릴 것

 

   
▲ 지선 스님은 불자들이 투철한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이 땅 위에 정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천하총림의 방장이라 여기고
보수·진보 화해와 해원 노력

촛불혁명 통한 전 정권 탄핵
민주화 된 시민의식의 승리

말로만 떠드는 정토세상은
허공에 핀 꽃처럼 허망할 뿐

4차 산업에 막연한 두려움
현실개선에 결코 도움 안돼

과학발전 결국 욕망극대화
본질 제대로 아는 것 중요

새해엔 동물적 욕망 다스려
불성이 발현된 참사람 돼야


▲스님께서는 1999년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떠나 오랫동안 산사에서 조용히 수행을 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
민주화운동을 영웅의식이나 다른 종교에서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광주에 있으면서 광주시민들이 당하는 고통과 절망감, 이런 것들을 부처님 법을 따르는 불제자로서 결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국민들과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사회는 이렇게 변해 가는데 정작 종단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종단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4년 종단개혁에 작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 종단 사태가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종단 내부의 비민주적인 요소를 바로잡기 위해 총무원장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수행이 부족했고 역량 또한 부족했음을 절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공부하라고 주신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17년을 산사에서 수행에만 전념했습니다. 또 다른 나의 본분사로 돌아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총림의 방장과 민주화운동기념사회 이사장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습니까?
방장씩이나 하는 사람이 세속의 이사장을 맡느냐는 핀잔이 있기는 합니다. 정부에서 내 의사와 관계없이 임명을 해버렸고, 그럼에도 내가 수용했으니 이런 핀잔도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 됐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꼭 절집만이 총림은 아닙니다. 총림이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의 총림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천하총림의 방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총림이 수행공동체로, 신행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듯이 사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화해시키고 해원을 시키는 것이 또한 기념사업회의 일입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고 인권을 신장시키고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지나치게 격화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진영논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현실에 맞는 보수와 진보가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보를 담보하지 않은 보수, 보수를 담보하지 않은 진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입니다. 우리에게 보수는 보수가 아닌 수구세력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강대국에 빌붙어 정치권력을 연장해 왔습니다. 진보 또한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모순은 분단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한 이해나 진단 없이 서구에서 유입된 이론을 가지고 현장에서 기계적으로 대입하면서 많은 오류와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몇 번의 정권교체는 있었지만 국민들 사이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인권과 정의가 흐르는 곳이 바로 정토세상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인권과 정의, 평등 같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제도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이념과 제도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이념 중에 민주주의를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종교를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상식 밖의 일들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목탁이 되고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금지법, 성평등 같은 사회민주주의를 종교라는 이름으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는 정토를 말하지만 입으로 외치는 정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민주시민의 자질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떠드는 정토는 그야말로 허공에 핀 꽃일 뿐입니다. 우리는 대승보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땅이 평등한 사회, 인권이 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가치들이 보장되는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로 정토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자들이 민주시민이 돼야합니다. 그래야 이 땅위에 정토가 가능합니다.

▲종단 차원에서 사회노동위를 꾸려 용산, 쌍용차, 세월호 등 아픔의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습니다. 불교계 사회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맹목적으로 남들이 하는 일에 편승하거나 따라가지 말고 불교가 잘 할 수 있는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특히 생명운동이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넓게 가지 않고 깊게 갔으면 합니다. 또 그때그때 사회 이슈가 되는 일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도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수행과 사회참여, 이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수행자이기 때문에 현실참여가 힘들다고 하는 것은 정의에 대한 망설임, 정법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봅니다. 대승불교에 대한 이해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승보살의 정신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바라봐야합니다. 실천이 없는 수행처럼 허망한 것은 없습니다.  

▲불자수가 감소했다는 통계에 대해 우려하는 불자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도 수에 집착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질적인 면을 봐야지 숫자를 보는 것은 교세확장에 혈안이 돼 패거리가 되자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신심과 지혜를 갖춘 불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신도들의 머릿수를 내세워 갑질하는 종교로 인해 사회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지 직시해야 합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종교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불교 또한 이런 흐름 속에 있을까요?
불교는 우주종교이며 사이버 종교입니다. 사방이 1장(丈)에 불과한 좁은 방에 3만2000명의 대중이 들어갔다는 가르침도 그렇고, 겨자씨만한 공간에 삼천대천세계가 들어갔다는 내용도 그렇습니다. 불교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쓰고 이를 넘어서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욕계, 색계, 무색계의 가르침이 그렇습니다. 과학이 발달됐다고 하지만 지금 욕망과 감각기관에 의해 움직이는 욕계도 벗어나지 못한 수준입니다. 생각으로 모든 것을 성취하는 색계와 이마저도 뛰어넘는 무색계로 가기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과학이 불교에서 말한 가르침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물론 과학의 발전이 불교에 부합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은 과학이고 불교는 불교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과학이 인간 욕망의 극대화라고 한다면 불교는 결국 욕망을 제어하고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에 휘둘리지 말고 불교의 가르침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과학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교는 절대화를 가장 싫어합니다. 불교는 절대자, 절대군주, 절대이념 이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인공지능(AI)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를 4차산업시대라 부르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차산업시대를 맞아, 기대보다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방식의 삶으로는 견뎌내기 어려운 시절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사람의 영역이라고 자신했던 생각의 영역이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의 자정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그 사회는 그 사회대로 인간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도출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불안감으로 현재의 삶을 개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 겉으로 포장된 4차산업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정확히 바라봐야 합니다. 결국 4차산업 또한 욕망의 극대화일 뿐입니다. 욕망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코 행복과 평화가 오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당장의 고통과 불안, 번뇌를 어떻게 잠재우고 세상에 평화와 행복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허깨비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준비는 하되 번뇌 망상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내년이 무술년입니다. 불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참선하는 사람은 의단이 절로 풀리고, 공부하는 사람은 지혜의 눈이 훤히 열리고, 염불하는 사람은 염불삼매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지극한 정성으로 노력해야합니다. 절하는 사람은 무릎이 부서져라 절을 하고, 염불하는 사람은 목에서 피가 나올 듯이 해야 합니다. 참선하는 사람은 벼랑 끝에 선 것처럼 화두를 참구해야 합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절기에 따른 동물들의 특징과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올 한해 우리의 감각기관이 동물적인 본성이 날뛰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야합니다. 이를 잘 다스려 불성을 발현시키고 임제 스님과 서옹 스님께서 말씀하신 참사람의 세상을 열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종교를 떠나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자각하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알면 반드시 실천하는, 지행이 합일되는 그런 삶을 서원합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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