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반드시 종법질서 위에 이뤄져야 합니다 -제96차 재심호계원 판결에 따른 본회 입장-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 이하 본 회)는 지난 6월18일 열린 제96차 재심호계원 심판부에서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멸빈의 징계를 받았던 서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해 공권정지 3년을 확정한 것을 목도하면서 분노를 넘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규정하는 바입니다.
이번 재심호계원의 판결의 의현스님에 대한 사실상의 복권으로 호계원의 권한을 뛰어 넘어 종헌종법질서를 유린한 직권남용이고, 재심제도를 악용한 사례입니다. 재심호계원은 이번 판결로 인해 스스로의 권위를 상실하였으며, 앞으로 종단 혼란 초래에 대한 무한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94년 종단개혁은 전 종도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모아 한국불교현대사의 큰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94년 종단개혁으로 인해 종도들의 참종권 확대와 더불어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정착되었고, 3원 체제 정립을 이룩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종단개혁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불교의 내면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심호계원의 판결로 인해 94년 종단개혁 정신은 후퇴하였으며, 조계종단은 94년 종단개혁의 역사를 부정하는 종단으로 전할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종단구성원으로 여생을 회향하고 싶은 서의현 전 원장의 바람을 인지상정으로 받아들여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종단 사법부의 최고 보루인 재심호계원에서 편법사면을 진행한 것은 종헌종법질서를 훼손한 폭거입니다. 서의현 전 원장은 개인이 아닌 94년 종단개혁 이전의 파행적 운영을 통해 종단을 사당화시킨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재심호계원은 서의현 전 원장의 이유가 되지 않는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재심호계위원 몇몇의 판단에 의해 심리개시와 동시에 심리종결을 일사천리로 진행함으로써 종도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종단 스스로 종헌종법을 훼손하는 심각한 우를 범했습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정치적 검토 없이 이번 판결을 서의현 전 원장 개인사건으로 치부하여 현재 조계종단의 근간이 되고 있는 94년 종단개혁 정신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종단의 상징적인 서의현 전 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복권이 필요했다면 적어도 종도들의 공의를 모아 종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100인 대중공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견수렴을 제시하는 등 서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종단의 미래를 제시하여 신뢰받는 종단의 모습을 보였어야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이에 본 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중적인 공론이 장을 만들어 종도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종단 대화합의 길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이러한 법과 절차에 맞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징계자 문제를 처리한다면 본 회 또한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 회는 94년 당시의 징계자들 사면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며,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종법질서에 맞게 진행하여 종단이 대화합을 이루길 기원합니다. 또한 본 회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종도들과 함께 종단개혁의 정신이 올곧게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종단 또한 종헌종법을 훼손하는 방법이 아닌 종도들의 여론을 반영한 특별법 제정 등의 방법을 통해 종단 대화합을 이루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94년 종단개혁 정신을 다시 한 번 상기하여 종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뢰받는 종단으로 나아가길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 종단은 분열과 혼란을 초래한 작금의 사태에 대해 조속한 시일내에 수습책을 강구하여주기 바라며, 본 회는 종단개혁에 참여한 일원으로 종단에서 현재의 혼란한 상황을 종도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불기 2559년(2015년) 6월22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